25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소재 한의원 10곳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모든 한의원에서 처방전을 발급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 제18조 1항에서 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약사법’에 따라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내주거나 발송(전자처방전만 해당)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행법상 한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할 의무가 없는 셈이다.
◆ 처방전 발급, 오용·남용 우려
한약 처방전이 발급 될 경우 남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반 의약품에 비해 한약재는 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오용 또는 남용하기 쉬워 조제한 처방전을 환자에게 발급하기에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한의사들 마다 조제하는 약재와 양이 조금씩 달라 유출을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해 있는 모 한의원측은 “한약은 한의사 개개인의 기술”이라며 “유명한 음식점에서 레시피 알려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처방전 발급을 꺼려했다.
이어 “한의사들끼리도 조제 비법을 알고 싶어 돈까지 지불하기도 한다”며 “한약 조제에 대해 불신한다면 믿을 수 있는 한의원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이 올해부터 전면의무화 됨에 따라 한약재의 안전관리 수준이 높아져 국민에게 안전한 한약재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이러한 정책들이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 시킬 수 있을지는 귀추가 주목된다.
“처방전 발급, 맛집 레시피 알려달라는 격”
“어떤 약재로 만들었는지 알고 먹어야해”
◆ 소비자들, 조제 내용 알 길 없어 ‘답답’
실제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 중 한약에 대해 알권리를 주장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한의원을 믿고 한약을 복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떤 약재를 먹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 소비자의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야근으로 만성피로를 앓고 있던 인천 남구 주안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28)는 지난달 말 집 근처 한의원에서 30만원 남짓한 가격에 한약 한재를 지었다.
3일 후에 한약을 찾으러 간 김씨는 자신이 먹는 한약에 어떤 약재가 들어갔는지 궁금해 처방전 발급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죄송합니다” 뿐이었다.
김씨는 몸에 이상을 느끼거나 다른 부작용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복용하는 약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알아야 하지 않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처방전이 발행된다면 먹고 있는 한약이 어떤 약재를 사용했으며 얼마만큼 들어있는지 알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유통과정도 투명해져 신뢰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주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의무화 시키지 못한다”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약 먹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며 “궁극적으로 한의약 시장이 쇠퇴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내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소비자가 알권리니까 무조건 공개하라고 하기는 힘든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 조규정 기자 기사 내용을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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