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주민번호 뒷자리가 공개되지 않은 처방전

"저희 약국 처음 오셨네요, 죄송하지만 주민번호 뒷자리 좀 불러주시겠어요?"
"네? 주민번호를 왜요? 그냥 처방전 돌려주세요."

약국 보관용 처방전에 환자 주민번호 뒷자리를 공개하지 않는 일부 의료기관들로 인해 약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위와 같은 경험을 한 약사들 역시 적지 않다.

 

서울 강남지역의 P약사도 환자 주민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인근 병원으로 인해 환자와 마찰을 빚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P약사가 몇 차례나 병원에 전화를 했지만 간호사는 ‘의사가 진료 중’이라며 연결을 해주지 않았고 약국을 처음 찾는 고객들과 실랑이를 벌여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이 약국 보관용 처방전에 대해 환자의 주민번호 뒷자리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행위일까.

최근 강원도 춘천의 성소민 약사가 안전행정부(이하 안행부)에 의뢰한 결과 의료기관의 환자 주민번호 뒷자리 공개는 정당한 행위라는 답변을 받았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된 이후 환자들은 자신의 주민번호가 노출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으며 자신의 주민번호가 처방전상에 노출돼 있다며 병원과 약국에 항의를 하는 환자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환자들의 경우 보건소 등에 민원신고를 하며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약국을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 이같은 질의를 하게 된 것이다.

성 약사가 안행부로부터 받은 답변 내용

성 약사는 "처방전 상에 주민번호 전체를 출력하는 것이 개인정보법 위반행위인지, 아니면 약사법상에 반드시 기재토록 되어있는 필수항목이므로 이를 기재토록 하는 것이 맞는지 답변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안행부 개인정보보호과는 "처방전은 의료법 시행규칙 별지 제9호 서식에 해당하는 법정서식이므로 개인정보보호법 제2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적법한 고유식별정보 처리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의료기관이 약국보관용 처방전에 대해 환자 주민번호 뒷자리를 공개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성 약사는 이와 관련해 "의료기관과 약국 모두 해당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민원에 따라 수시로 뒷자리를 공개하지 않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약사들에게 해당 사실을 널리 알려 주민번호 뒷자리를 공개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응하는 근거로 이용해 약국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